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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무수한 해답만 있을 뿐!

[PEOPLE] 파리에서 온 유은송, 줄리앙 님을 만나다

by Gayeon2022.12.07

정답(正答)과 해답(解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두 단어. 사전적으로 정답은 ‘어떤 문제에 대한 옳은 답’, 그리고 해답은 ‘질문이나 의문을 풀이함’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세상과 부대끼면서 점점 더 바를 ‘正’자에 대한 회의가 든다. 아니 오히려 오만하고 폭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과 인생은 ‘바르다’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생의 과정에 주어질 무수한 질문을 나름대로 풀이하고 책임질 뿐이다.

서울과 리옹에서 나고 자라 파리에서 만난 유은송 님과 줄리앙 님도 무수한 해답을 찾아 가고 있는 중이다. 그 여정을 빠남이도 함께 하고 있다.

아마 이들에게 정답과 오답의 구분은 중요치 않을 게다. 이미 충분히 행복한 해답을 찾았으니.

Q. 은송 님과 줄리앙 님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은송 : 안녕하세요. 저는 한섬 ‘오즈세컨’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유은송이라고 합니다.
줄리앙 :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에서 온 줄리앙이라고 합니다. ‘디스커버리’ 선임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현재는 패션스쿨 에스모드* 서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은송, 빠남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Q.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같은 학교를 졸업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은송 : 맞아요! 에스모드 파리에서 만났어요. 저는 에스모드 서울을 2년 마치고 3년차에 파리로 갔고, 줄리앙은 에스모드 리옹(Lyon)에서 파리로 올라왔죠. 그때 줄리앙은 졸업반이었는데, 저보다 먼저 파리에 간 선배 오빠와 줄리앙이 친구였어요. 졸업작품 도와주러 갔을 때 처음 만났어요. 저를 만나기 전까지 모든 한국 여자들이 샤이하고 조용한 줄 알았대요.ㅎㅎ
줄리앙 : 제가 이전에 만났던 한국 여자 학생들은 다 조용했거든요. 그런데 와이프는 목소리도 크고 활발한데다 열정적이라서 되게 놀랐어요. 저는 에너지가 낮은 편이라 좋았어요.

Q. 그럼 한국에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은송 : 벌써 7년 됐네요. 2016년 1월 1일부터 한국 생활을 시작했어요.

Q. ‘위빠남(oui paname)’이란 브랜드를 함께 만든 걸로 알고 있어요.
은송 : 위빠남은 2014년 파리에서 50유로로 론칭했어요. ‘YES’라는 뜻의 위(oui)와 프랑스에서 파리의 별칭인 빠남(paname)을 합친 브랜드에요.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50유로로 시작했어요. 티셔츠부터 만들었는데, 줄리앙이 어떤 메시지를 넣고 싶냐고 물어보는 거에요. 그래서 나는 맨날 중국 여자야? 일본 여자야? 이 소리 듣기 싫으니까 ‘나는 한국여자야(J’E SUIS COREENNE)’ 메시지를 넣어달라고 했죠. 그 티셔츠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무척 반응이 좋았어요. 국내 편집숍에서도 바잉해가시고요.
줄리앙 : 위빠남은 돈을 버는 것보다 각자 일터에서 못하는 작업을 자유롭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해보자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는 진행 중이지는 않아요.

*ESMODE : 1841년에 설립된 프랑스 패션스쿨. 서울을 비롯해 14개국에 협약 학교가 운영 중이다.

Q. 패션 외에 다른 취미생활도 있나요?
은송 : 직업이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라, 저는 주로 운동으로 풀어요. 어렸을 때부터 워낙 운동을 좋아했었고 중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도 했어요. 성인이 되고 운동할 기회가 없었는데 나이키에서 제안을 받아 지금은 러닝 크루로 활동 중이에요. 저는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풀 마라톤도 두 번 완주했어요! 이전에는 복싱을 했는데, 프로까지 땄답니다! ㅎㅎ
줄리앙 : 저도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파는 성격이라 현재는 1년 넘게 혼자 음악 공부하면서 곡 작업하고 있어요. 그전에는 목공을 배워 가구를 만들기도 했고요.

Q. 빠남이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은송 : 계속 강아지 입양을 하려고 알아보다가 유행사라는 커뮤니티를 알게 됐어요. 그냥 주말에 한번 가보자 해서 갔는데, 딱 빠남이를 마주하게 됐어요. 근데.. 그냥 얘 인거에요. 원래는 시바를 입양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그냥 얘더라고요. 지금은 되게 예쁘지만 그 때는 구조된지 얼마 안돼서 털도 다 밀려 있고 피부병도 있고 너무 안 예뻤었어요. 근데 눈을 보는데 뭔가 딱 요 녀석을 데리고 와야겠다 싶더라고요.

Q. 입양한 후 빠남이는 어땠나요?
은송 : 빠남이가 자기 엄마랑 같이 구조가 됐었어요. 엄마는 3kg 정도 되는 작은 아이였어요. 신기하게 엄마가 빠남이 입양하기 5분 전에 입양이 돼서 떠난 거예요. 같은 날 입양이 된거죠! 엄마랑 떨어져서 빠남이가 힘들었는지, 정말 천천히 마음을 열더라고요. 매년 애가 달라졌어요. 3년정도 키웠을 때도 무릎 위로 한번도 안 올라오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쑥 올라오더라고요. 저는 애가 무릎에 못 올라오는 강아지인 줄 알았거든요. 지금도 천천히, 매년 저희에게 마음을 여는 중인 것 같아요.

Q. 빠남이 파리(Paris)라는 뜻이라고 했었죠?
은송 : 네~ 빠남은 프랑스 젊은 세대들이 파리를 지칭하는 슬랭이에요!
줄리앙 : 빠남은 파나마라는 나라에서 유래된 모자(Panama Hat)가 파리에서 엄청 유행해서 생기게 된 별칭이에요. 그래서 사실 ‘빠남’ 이 아니고 ‘빠나마’ 가 제가 의도한 이름이에요.

Q. 두 분 다 디자이너잖아요. 빠남이에게 직접 옷을 만들어준 적이 있나요?
은송 : 위빠남에서 출시한 요일 티셔츠가 있어요. 꽤 인기가 많았어요. 그 요일 디자인을 활용해‘플로트’라는 브랜드에서 캠페인을 한 적이 있었어요. 빠남이가 옷 입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그 옷을 가끔 입혀요.
줄리앙 : 음.. 저는 개는 개처럼 키워야 한다는 주의에요. 뭘 입히는걸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의 입장보다는 강아지 입장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Q. 줄리앙 님은 프랑스에서도 동물을 많이 키웠었나요?
줄리앙 : 네~ 리옹 집은 동물농장 같았어요. 항상 개와 고양이가 있었죠. 카멜레온도 키웠었구요.
은송 : 파리에서 카멜레온을 키웠었는데, 걔는 살아있는 귀뚜라미를 먹어요. 그래서 귀뚜라미를 박스로 샀는데 카멜레온이 혀로 그 박스를 치는 바람에 귀뚜라미가 다 흩어진 적도 있었어요.

Q. 한국과 프랑스의 반려 문화는 어떻게 다른가요?
은송 : 사실 한국도 유기견 구조 센터들이 많이 생기고, 유기견 입양도 점차 많아지고 있잖아요. 근데 프랑스는 SPA((La Société Protectrice des Animaux)라는 동물보호단체가 있는데 입양을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무조건 거기로 가야 해요. 줄리앙도 어렸을 때 가족이랑 다 같이 가서 강아지들을 보고 신중하게 결정을 하고 입양을 해서 데리고 온 기억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줄리앙 : 프랑스는 개랑 갈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요. 심지어 그냥 패션 백화점도 같이 가고요. 오히려 같이 못 가는 곳을 찾기가 힘든데 여기는 반대니까 항상 개가 갈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아쉬워요.

Q. 빠남이와의 일상이 궁금해요.
은송 : 빠남이는 무조건 실외배변을 해서 아침에는 제가 출근 전에 산책을 해요. 줄리앙이 저보다 퇴근이 빨라서 저녁 산책을 해주고요! 하루에 두 번씩 꼭 산책시키고 있어요. 저희 역할이 딱 분담되어 있는 것 같아요. 줄리앙이 그걸 되게 중요시 하기도 했구요.

Q. 엄청 규칙적으로 빠남이를 관리하네요.
은송 : 아침에 너무 힘들 때 있잖아요. 그 때 줄리앙이나 동생한테 대신 산책해달라고 했는데, 그럴 때 줄리앙이 느끼기에는 빠남이가 불안해보였나봐요. 빠남이도 성격이 규칙적이어야 하는 애인데 그게 무너지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서 아무리 힘들어도 규칙적으로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다보니 빠남이도 이제 평일에 저희가 출근해야 하는 날을 알고, 주말도 정확히 알아요. 주말에는 산책 시간은 더 길게 해주고 좀 더 코스를 길고 자유롭게 하고 있어요.

Q. 산책은 주로 어디로 다니세요?
은송 : 동네가 예술의 전당 남부터미널 쪽인데요. 예술의 전당 근처에 중간중간 공원도 많고 우면산도 좋아요. 주말에는 흙을 밟게 해주고 싶어서 우면산 소망탑 찍고 대성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산책을 자주 가요. 이전에는 서빙고동에 살았는데, 그때는 잠수교 바로 앞이라 고수부지를 자주 다녔거든요. 강에서 산으로 산책 코스가 바뀐 셈이죠.ㅎㅎ

Q. 함께 해외 여행 다녀온 적도 있나요?
은송 : 저번에 프랑스를 가야 하는데 데리고 가고 싶은 거에요. 그런데 몇 개월 있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 정도 가는 거면 빠남이는 화물로 가야 하니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 같아 포기했어요. 만약에 저희가 프랑스로 이사를 가거나 프랑스에서 오래 생활을 해야 한다면 그때는 무조건 데리고 가야죠!

Q. 빠남이와 함께 즐기는 액티비티가 있나요?
은송 : 저희는 스쿠터를 즐겨 타고 다니거든요. 그래서 줄리앙이랑 제 중간에 빠남이를 끼고 라이딩을 해요. 빠남이가 앞으로 가려고 하고~ 얼굴 옆으로 빼서 냄새 맡는 걸 엄청 좋아해요

Q. 빠남이와의 버킷 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은송 : 저희도 한국에만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언제든지 또 프랑스로 옮길 수 있으니까 프랑스에서 살게 되면 프랑스 남부 시골 생활을 빠남이랑 함께 해보고 싶어요. 한국에서의 버킷 리스트도 바다마을이든 시골마을이든 우리만의 공간에서 빠남이랑 자유롭게 사는 거거든요.
줄리앙 : 저는 한국의 시골을 되게 좋아해요. 빠남이 데리고 시골도 자주 가고요. 빠남이도 나이가 있어서 빨리 저희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두 분이 꿈꾸는 이상적인 반려 생활의 모습이 있나요?
은송, 줄리앙 : 말 그대로 가족이니까 끝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겠죠. 그런데 저희는 빠남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기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빠남이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편하게, 여유롭게, 그냥 행복하게만 살았으면 좋겠어요.

後 TALK.
금손 줄리앙 님. 직접 3D작업을 해서 가구도 만들고, 나무를 깎아 기타도 만든단다. 그 기타로 손수 작곡한 곡을 한남동 옥탑 작업실에서 폼나게 홀로 연주한다는 그.
세상 힙한 그 옥탑에 초대한다는 약속, 포블스 멤버들은 모두 기다리고 있어요!! 줄리앙~~ㅋㅋ

**아래 영상의 BGM도 줄리앙 님이 작업해주었습니다! Thanks!!



유은송, 줄리앙

한섬 ‘오즈세컨’ 디자이너인 은송 님과
에스모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줄리앙 님은
빠남이와 행복한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