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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지 개’에 매료된 예술가들

[CULTURE] 닥스훈트의 마성의 매력을 살짝 맛보다

by Chloe2022.11.16

다리는 짧고, 허리는 길다. 걸음걸이는 뒤뚱뒤뚱, 취미는 땅굴파기.

이성적으론 절대 사랑에 빠지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일명 ‘소세지 개(Sausage Dog)’로 통하는 닥스훈트의 마성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상위 0.1%의 예민한 미감의 소유자이며, 동시에 세상 까칠하고, 변덕스러운 아티드스들도 소세지들 앞에서는 그저 한낱 사랑에 빠진 나약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PABLO PICASSO (1881 - 1973)

미술계의 제왕이었던 피카소는 천재적인 재능뿐 아니라 여성 편력과 애견 사랑으도 유명했다. 호사가들은 그의 옆에 여성과 개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이다.

럼프(Lump)는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피카소의 개로 인정받고 있다.

사실 럼프는 피카소의 친구인 사진작가 데이비드 더글라스 던컨의 반려견이었지만, 우연히 캘리포니아 저택을 방문한 럼프를 보고 한 눈에 반해 강탈(?)하다시피해 가족으로 만들었다.

던컨은 훗날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이건 분명 연애였다. 피카소는 럼프를 품에 안았고, 직접 손으로 먹이를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럼프는 얼마 후 그의 집을 모두 장악했다.”

실제 럼프는 세기의 화가가 직접 그림을 그려 넣은 접시로 밥을 먹고, 청동 조각품을 개인 화장실로 사용했다. 그리고 피카소와 한 침대에서 잠들었다.

피카소와 럼프는 6년의 지극한 시간을 함께 보냈고, 그 동안 럼프의 모습을 담은 스케치를 비롯해 작품도 여럿 남겼다.

그리고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만년의 피카소는 럼프를 다시 원래 주인이었던 던컨에게 돌려보냈다. 며칠 뒤 피카소는 세상을 떠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열흘 후 럼프도 그 뒤를 따라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ANDY WARHOL (1928 - 1987)

미국을 대표하는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은 사실 고양이 찐 마니아로 유명했다. 1950년대와 60년대 워홀의 곁에는 수십마리의 고양이들이 그와 함께 했으며, 당시 기괴하고 위트있는 고양이와 워홀의 사진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남자친구 제드 존슨의 권유로 가족이된 갈색 단모 닥스훈트 아치(Archi)로 인해 워홀의 반려동물 취향은 완벽히 180도 달라졌다.

밀당의 고수인 고양이와 달리 자신에게만 돌진하는 직진매력의 아치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아티스트이자 영화 제작자였던 그는 촬영장과 시사회, 기자회견장에 아치와 동행하는 건 물론이고, 매너를 중시하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아치를 무릎 위에 앉히고 함께 식사를 즐겼다.

몇 년 후 두 번째 닥스훈트인 아모스(Amos)를 입양했고, 골동품, 예술품, 가발상자, 쿠키 항아리로 가득 찬 5층짜리 저택에서 50대를 두 소세지들과 함께 보냈다.

그리고 아치와 아모스는 마침내 워홀의 시그니처인 사이키델릭한 컬러의 팝아트 작품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DAVID HOCKNEY (1937 - )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출신의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도 닥스훈트에 포섭(?)된 대표적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호크니는 유년 시절 이웃집에서 키우는 닥스훈트를 보고 짝사랑을 시작했다. 그리고 중년에 이르러서야 그의 첫 번째 닥스훈트 스탠리(Stanley)를 입양해 꿈을 이뤘다. 2년 후엔 둘째 부기(Boodgie)까지 가족으로 합류했다.

두 소세지 개는 집과 작업실에서 24시간 호크니와 함께 하면서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그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또한 당시 에이즈로 연인과 친구를 잃고, 청력도 상실하면서 우울증에 빠진 호크니의 곁을 듬직하게 지키며 마음을 위로한 유일한 친구였다.

호크니는 그런 스탠리와 부기를 위해 1995년 영국 요크셔 솔츠 밀(Yorkshire’s Salts Mill)에서 ‘Dog Days’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자고, 먹고, 웅크리고, 멍때리는 두 숏다리의 일상 모습을 그린 45점의 작품이 전시되었고, 평단의 혹평에 보란 듯 대중적인 성공을 이뤄냈다.

두 닥스훈트는 호크니의 곁을 떠났지만, 출판사 템즈&허드슨(Thames & Hudson)에서 양장본으로 출판된 Dog Days 화보집은 오늘날까지도 소장 가치 만땅의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