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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비테! 취향을 공감하는 공간
[PEOPLE] 비테도산의 한빛 님과 승민 님을 만나다
by Eunju2022.11.09
압구정 로데오 골목 어딘가에 숨어 있는 '비테도산'은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아오는 비밀의 공간이다.
열심히 계단을 오르다가 “여기가 정말 맞아?” 할 즈음, 감각적인 타이포그래피 포스터가 붙은 철문이 보인다. 포스터에는 단 한 문장이 적혀 있다. “취향이 닮은 사람을 찾습니다. (We’re looking for people of the same taste as us.)”
조심스레 문을 열자 남향의 결이 고운 빛이 쏟아진다. 동시에, 푸들 형제 시루와 알라가 쪼르르 달려와 우리를 맞는다.
소품과 식사 메뉴를 함께 제공하는 매장은 꽤나 흔하지만, 비테도산은 조금 특별하다. 공감대를 콘셉트로 취향을 해석하고 따뜻한 감성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테도산을 애정하는 손님들의 결은 어떤 의미에서 비슷하다.
비테도산은 어떤 마음으로 탄생한 공간일까? 한빛 님과 승민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해요.
한빛 :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모델을 하면서 오프라인 소품샵 ‘비테셴’과 브런치 카페 ‘비테도산’을 운영하고 있는 장한빛 입니다.
승민 : 반갑습니다. 한빛과 함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승민 입니다. 본업으로는 작곡을 하고 있고, 반려견 시루, 알라와 살고 있어요.
Q. 두 분 각자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버겁지는 않나요?
승민 : 예전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이제는 밸런스가 잡혀서 괜찮아요. 작업만 할 때는 24시간 중 자는 시간 빼고 항상 노래를 들어야 해서 몰두하기 어려웠는데 다른 일을 함께 하다 보니까 집중력이 강해지더라고요. 루틴이 생기고. 시간을 더 알차게 소비하게 됐어요.
한빛 : 저도 마찬가지로 비테도산을 운영하면서 충전돼요. 모델은 찍히는 입장이라서 감정적인 에너지 소모가 커요. 매장에 오면 제품 온라인 업로드를 해야 하니까 반대 성향의 에너지가 충전이 되는 것 같아요. 하나의 업무에 지쳤을 때, 다른 일을 곁들이면 톱니바퀴 맞물리는 것처럼 기운이 메꿔져요.
Q. 비테도산은 어떤 공간인가요?
한빛 :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 어려워요. 매장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커플이 가게에 들어왔어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식사하는 내내 “여기는 도대체 뭐야? 뭐 하는 곳이야? 그래서 여기는 식당이야 소품샵이야?”라고 물어보는 걸 들었어요. 그런데 저 스스로도 헷갈리더라고요. 우리 공간의 정체성이 어떤 면에서는 뚜렷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참 모호한 것 같아요.
승민 : 저는 그런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한빛과 연애할 때 무국적 식장, 주점 같은 공간을 자주 다녔어요. 국적은 없지만 매장 콘셉트는 확실한 게 좋았어요. 사장님의 철학과 취향이 새롭게 해석되는 걸 보는 것도 재밌었고요. 비테도산도 그런 공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비테’는 무슨 뜻인가요?
한빛 : ‘비테(bitte)’는 독일어로 ‘You’re welcome’이라는 인사말이에요. ‘Yes, please’와 ‘here you are’라는 뜻도 있는데, 오빠가 어릴 때 잠깐 독일에서 살아서 말버릇처럼 사용하는 단어에요.
승민 : 그리고 ‘비테’라고 말하면 “빛에”라는 발음이 되니까 한빛의 이름도 떠올라요. 중의적인 표현이에요.
Q. 비테도산이 추구하는 철학은 무엇인가요?
한빛 : “We’re looking for people of the same taste as us.” 예쁘다는 감상은 주관적이라서 정의하기 어렵지만, 비테셴과 비테도산을 찾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취향이 닮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스타일이 명확하고 우리와 입맛이 비슷한 사람들이 이 공간에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드 철학을 만들었어요.
Q. 소품을 판매하다가 식사 메뉴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한빛 : 처음에는 이 공간에서 음식을 판매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스탭밀을 만들어 먹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고객들도 꼭 판매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작게 시작했다가 서서히 메뉴를 확장하게 됐어요.
Q. 음식을 직접 하는 걸 원래 좋아하셨나요?
한빛 : 네! 집에서도 자주 해먹어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사람들을 초대해서 대접하는 걸 좋아하셨어요. 그걸 배운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을 집에 불러서 1차, 2차 식사와 안주까지 만들어주는 걸 즐겨요. 메뉴를 구상해서 맛있게 한 상 차려내는 것도 좋아해요.
Q. 비테도산의 추천 메뉴를 알려주세요!
한빛 : 개인적으로 ‘이달의 파스타’를 추천해요. 매달마다 새롭게 바뀌는 메뉴에요. 지난달에는 참나물과 밥새우를 태국식 소스로 볶는 파스타를 했어요. 손님들에게 추천할 때도 “이거 진짜 맛있어요”라고 하기보다는 “이 달에만 드실 수 있어요”라고 할 수 있어서 부담이 없어요. 손님들도 입맛과 취향이 천차만별이라서 항상 추천이 고민이거든요.
Q. 공간을 둘러보니 재밌는 소품이 많아요. 한빛 님이 직접 기획한 비테셴의 아이템을 하나 소개해주세요!
한빛 : 포춘 스크래쳐 카드를 추천해요. 복권처럼 동전으로 은박을 벗겨서 운세를 확인하는 카드에요. “today, love, future, worry” 네 개의 카테고리가 있는데, 사람들의 상황과 고민에 따라 점괘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의외로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ㅎㅎ
Q. 승민 님은 어떤 계기로 작곡을 하게 됐나요?
승민 : 음대를 나왔고, 예전에는 아이돌 음악을 많이 만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음악과 결이 달라서 진로 고민을 자주 했어요. 뒤늦게 군대를 가서 깊은 생각을 했고 전역한 후에는 좋아하는 음악 위주로 작업하고 있어요. 창작 활동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아웃풋이 좋으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긍정적인 성격의 한빛 님이 “오빠, 그 고통도 즐겨봐”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에너지를 전달받아서 이제는 고통도 즐기고 있는 단계입니다. ㅎㅎ
Q. 시루는 어떻게 만났나요?
한빛 : 제가 약대 입학을 위해 공부하던 시절, 동물 실험에 대한 실상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유기견에 관심이 생겼어요. 동물보호소를 매일같이 구경하다가 유기견이었던 시루에 첫 눈에 반했고 길고 긴 고민 끝에 시루를 데려왔어요.
Q. 두 분은 이전에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이 있나요?
승민 : 정말 어렸을 때 요크셔테리어를 한 마리 키운 경험밖에 없어요.
한빛 : 저는 전무해요. 그래서 강아지와의 동거가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시루가 배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학대를 당했는지, 처음에는 항상 안 보이는 곳에 숨거나 도망을 다니면서 볼일을 봤어요. 이불이 성한 날이 없어서 매일매일 빨래방에 다녔어요. 다행히 지금은 많이 안정됐어요.
Q. 알리도 보호소에서 데려왔나요?
한빛 : 네. 알라는 시루보다 상태가 안 좋았어요. 묶여 있었는지, 몸에 깊게 파인 상처가 있었고 다리도 다쳐 있었어요. 안락사 당하기 며칠 전에 겨우 데려왔어요. 시루도 마찬가지였지만, 알라를 입양하기로 마음먹기까지 오빠가 심적으로 많이 도와줬어요.
Q. 아무래도 생명을 책임지는 건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죠. 입양 전 어떤 게 가장 고민이었나요?
한빛 : 시루와 알라를 데려올 때까지 만해도 제 미래가 확실하게 정해진 게 아니었다는 점이 걱정거리였어요. 만일 외출이 잦은 직업을 갖게 되면 아이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아이들 입장에서 내가 키우는 게 옳은 건지.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 때 오빠가 작업실에 데리고 다니며 아이들을 잘 보살피겠다고 확신을 줬어요. 그래서 시루와 알라를 입양할 수 있었어요.
승민 : 한편으로는 시루와 알라를 두고 한빛과 많이 다투기도 했어요.ㅎㅎ 교육 방식이 달라서요.
Q. 각자의 교육 철학은 어떻게 달랐나요?
승민 : 저는 아닌 건 아니라고 명확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특히 콜링이 안 되는 경우에 차도에서 갑자기 뛰쳐나가는 것처럼 위험과 직결되는 상황이 있으니까요.
한빛 : 저는 조금 기다려주자는 편이에요. 아이들 본연의 성품이 나쁘지 않으니까, 가만히 기다리면 잘 할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오빠가 확실하게 훈련해주니까 한편으로는 좋더라고요.ㅎㅎ 말 잘 듣고. 지금은 적절하게 타협점을 찾았어요.
Q. 시루랑 알라가 사이 좋게 포개져 있네요. 엄마가 아빠보다 좋은가 봐요.
한빛 : 승민 님이 장난을 많이 쳐요.ㅎㅎ
승민 : 보고 있으면 귀여워서… 귀에 바람 불고 장난쳐요. 그래도 엄마 없을 때는 제 옆에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어 있는데, 엄마만 오면 저는 완전 찬밥이에요. ㅎㅎ
Q. 비테도산에서 시루 알라는 어떤 역할인가요?
한빛 : 주로 손님 오시면 에스코트해요. 문 앞에 쪼르르 달려나가서 인사하고 자리를 안내해요. 시루와 알라 보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오늘 강아지 출근했는지 퇴근했는지 물어보는 전화도 와요.
승민 : 귀여운 건, 시루랑 알라도 출근하기 싫어해요.ㅎㅎ 저번에는 애들한테 출근하자고 말하니까 막 도망가더라고요. 원래 나가자고 말하면 좋아라 하는데, 출근하자는 말을 들으면 침대로 도망가서 낑낑 소리내요. 안 나가겠다고. 그리고 애들이 가게 휴무일을 기가 막히게 알아요.
Q. 휴일에는 아이들과 뭐 하며 보내나요?
한빛 : 주로 산책해요. 오래 길게 걸어요. 실은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쉬는 날이 딱히 없어요. 평일에는 촬영과 택배작업을 몰아서 하고, 오빠도 그 때가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에요.
승민 : 아이들과는 집 뒤편 산책로를 걷거나 한강에 자주 가요. 그리고 청담 카페 ‘공간 21s’에 가는 걸 좋아해요. 우연히 들렀던 카페인데 에스프레소 메뉴 몇 개만 판매하는 스페셜티 카페에요. 맛도 분위기도 정말 좋은 공간이에요.
Q. 시루 알라와 제일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한빛 :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오빠가 스트레칭을 하는데, 시루랑 알라가 침대에서 오빠를 똑같이 따라해요. 체조가 끝나면 둘이서 막 신나게 놀며 푸들 타임을 갖는데, 그 시간이 소소하게 행복해요.
Q. 시루랑 알라와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빛 : 바다에 가고 싶어요. 아직 한번도 바다를 못 보여줘서. 한번 큰 맘 먹고 해변을 뛰놀게 해주고 싶어요.
승민 : 저는 개인적으로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서. 애들 태우고 빠른 속도로 페달을 밟아보고 싶어요.
後 TALK.
인터뷰를 마치고 승민 님이 작곡한 로꼬의 '면회실'을 찾아 들어보았다. 첫 비트부터 강렬한 맛이, 힙합 그루브가 가득하다. 그래 이게 바로 음악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