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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를 저을 테니, 넌 수영을 하거라

[PEOPLE] 라온카누 대표 옥병철 님을 만나다

by Eugene2022.11.04

뜬금없이 고대 그리스 철학의 에피쿠로스(Epicurean) 학파가 떠올랐다.

입시를 앞두고 ‘쾌락주의’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암기했지만, 나중에야 알았다. 그들의 주장이 사실 ‘현실주의’였다는 걸. 한 마디로 ‘롸잇 나우’. 2300년 전 원조 ‘욜로족’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우린 오늘도 ‘불안’이라는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실체 없는 미래를 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온카누를 운영 중인 옥병철 님의 삶의 궤적은 충분히 에피쿠로스적(?)이라 할만 하다.

우연히 카누라는 낯선 액티비티에 빠졌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후 연고도 없는 옥천에서 철부지 삽살개 ‘마루’와 함께 뚝딱뚝딱 카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병철 님의 앞엔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있고, 반짝이는 강물을 가를 멋진 카누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형형한 눈빛의 마루는 몸을 들썩이기 시작한다.

카르페디엠.

Q. 안녕하세요~ 병철 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충북 옥천에서 카누를 제작하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면서 틈날 때마다 금강에서 삽살개 마루와 카누를 즐기며 살고 있는 옥병철입니다.

Q. ‘라온카누’도 소개해주세요.
라온카누는 충북 옥천에서 우든카누, 패들 그리고 다양한 소품들을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고, 카누 체험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Q. 한국에서 카누는 아직 낯선 액티비티인데요.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언제부터 카누를 만들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카누에 빠져 창업을 목표로 2011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가구제작과 우든보트 제작을 배우며 카누를 시작했습니다. 카누 제작을 위해 버려진 창고를 임대해서 간판 없이 1년동안 혼자 카누만 만들었어요. 그 기간에 캐나디언카누클럽에서 패들링 방법도 배우며 창업을 준비했죠.

Q. 하나의 카누가 탄생하는데 10주가 걸린다니 놀라워요. 제작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카누 몰드(거푸집, 틀) 위에 얇게 만든 원목 졸대를 층층이 쌓아 선형(배 모양)을 만들고, 선체 내부와 외부에 (방수와 방목을 위한) 파이버글라스와 에폭시를 겹겹이 바른 후 마감해서 카누를 완성합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에요.

Q. 카누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시더스트립(나무 졸대)을 적층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카누 한 대에 들어가는 나무 졸대가 100개가 넘는데, 약간의 오차라도 생기면 한 층씩 덧대는 과정에서 틈이 생기기거든요. 결국 카누의 선형이 망가지게 되는 거죠. 때문에 아주 정밀하게 집중해서 작업해야 합니다.

Q. 병철 님이 생각하는 카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카누에 짐을 싣고 강줄기를 따라 바람을 맞으며 온전히 자연 속을 여행하는 맛인 것 같아요. 내가 직접 노를 저어 도착한 인적 없는 강어귀에서 홀로 야영하고, 카누 위에서 새벽 물안개 피는 강을 바라보며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만큼 극진한 행복감은 없답니다.

Q. 카누를 잘 타기 위한 팁이 있다면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노를 저으며 물살을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 카누를 탈 때는 배를 움직이기 위해 빠르게 노를 젓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직진하는 힘보다 회전하는 힘이 커져요. 힘을 빼고 천천히 노를 저으며, 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몸으로 느끼는 게 카누를 제대로 즐기는 첫 번째입니다.

Q. 우리나라에서 카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스팟을 소개해주세요!
평소에는 공방에서 가까운 금강에서 즐기고, 여름에는 영월 동강에서 카누를 즐깁니다. 두 스팟은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요. 금강은 강변에 접근이 용이하고 유속이 느려 여유롭게 카누를 즐기기 좋죠. 반면 동강은 물살이 거칠어 래프팅 장소로도 유명해요.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아 멋스런 풍경이 많고, 물살이 거칠어 패들링 연습을 하러 자주 가는 장소입니다.

Q. 라온카누가 충북 옥천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나요?
옥천은 개인적인 연고가 있는 곳은 아니에요. 하지만 대청호와 금강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전국 어디서든 3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아서 옥천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Q. 개도 카누를 탈 수 있나요? 개는 어떻게 카누를 즐기는 지 궁금해요.
저는 평소 마루와 자주 카누잉(Canoeing)을 자주 즐기는 편이에요. 마루 같은 경우 카누 위에서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ㅎㅎ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성격 문제인 듯 한데.. 항상 제 눈치를 살피다가 물 속으로 뛰어들곤 합니다. 하지만 모든 개들이 마루 같은 건 아니에요. 얌전히 카누 위에서 보호자와의 시간을 즐기는 개들도 많아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 너무 부럽더라고요.ㅎㅎ

Q. 카누 체험 신청은 어떻게 하나요?
주로 인스타그램 DM 으로 연락을 많이 주세요. 예약으로 진행하고 있고, 오전, 오후 1팀만(2~6명) 진행합니다. 투어시간은 2~3시간 정도 진행하고 장소는 가까운 금강에서 진행하지만,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합니다.

Q. 반려견 마루는 어떤 아이인가요?
마루는 올해 8살인 덩치 큰 흰색 삽살개입니다. 강가에 풀어두면 겨울에도 강으로 뛰어들어 곤란하게 하는 녀석이에요. 어릴 때부터 공방 마당에서 풀어놓고 키워서 그런지 활동반경이 매우 넓어요. 사람이 없는 강가로 산책을 가면 순식간에 사라져서 늘 긴장하고 있죠.

Q. 삽살개 마루와는 어떻게 만났나요?
공방을 열고 처음 한 일이 카누를 만드는 게 아니라 강아지를 키우는 일이었어요.ㅎㅎ 어릴 때 고향집에서 삽살개를 키웠던 기억이 있어서 금산 가정집에서 생후 2개월 된 삽살개를 입양했습니다. 많은 강아지들 중에 호기심도 많고, 겁도 많은 녀석이 눈에 띄어 데려왔는데, 부모와 떨어진 첫날도 울지도 않았어요. 잘 적응한 정도가 아니라 마치 원래 내 집이었던 것처럼 화단에 꽃이며 나무며 다 물어뜯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Q. 마루와 병철 님의 일상 루틴을 알려주세요.
아침저녁 시골길로 함께 산책을 다녀요. 첫 공방은 마당이 넓어서 풀어두고 키웠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해 자주 산책을 나가는 편입니다. 가까운 곳에 등산로와 넓은 강변이 있는데, 찾는 사람이 없어 마루와 조용하게 산책을 즐기기 참 좋아요.

Q. 마루는 수영과 카누를 좋아할 것같아요.
어릴 때부터 강가에서 놀아서 그런지 물을 많이 좋아해요. 수영은 엄청 좋아하지만, 아쉽게도 카누는 수영만큼은 아닌 듯 해요. 카누 위에서 가만히 있질 못하고 제 눈치를 보면서 강으로 뛰어들 기회만 엿보고 있죠. 수영하고 싶어서. 그래서 마루랑 장거리 카누 여행을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워요.

Q. 마루와 함께하는 일상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은 언제 인가요?
고된 작업을 마치고 마루와 산책 나가는 시간이에요. 인적이 없는 넓은 곳에서 마루가 맘껏 뛰어 노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즐겁고 행복하죠.

Q. 병철 님이 마루와 함께 추구하는 반려 라이프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 공방은 도로가 가까이 있어 위험하고 마루가 뛰어 놀 공간이 없어요. 마루가 마당이 넓은 공방에서 맘 편히 노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Q. 마루와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1번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산과 그 사이로 흐르는 강이 무척 아름답고 카누를 즐기기 좋은 코스들이 많아요. 카누와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찾아서 마루와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마루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면,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나와 함께 지낸 지난 8년 동안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즐거웠는지, 부족했던 건 뭔지, 그리고필요한 건 어떤 게 있는지.

옥병철

우든카누를 제작하고, 체험할 수 있는
라온카누를 운영 중인 옥병철 님은
삽살개 마루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