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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바늘로 취향을 수놓다

[PEOPLE] 은혜직물 대표 강정주 님을 만나다

by Eunju2022.10.31

어린시절 시골집에 놀러가면 할머니가 깔아준 이불은 항상 꽃무늬였다. 비비드한 색깔과 금박 테두리의 동양적인 문양은 촌스럽기 짝이 없었다.

은혜직물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힘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텍스타일 브랜드다. 예스러운 향수가 어려 있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 현대적인 감성이 첨가된 복고풍 패턴에는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운치 있는 어느 날에 은혜직물 대표 강정주 님과 반려견 보리와 같이 산책을 나섰다. 망원동의 공원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강변에서 백로가 쉬었고, 아기 족제비 한 마리가 덤불 너머에 서성였다.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은혜직물과 정주 님, 그리고 보리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텍스타일 리빙 브랜드 ‘은혜직물’의 대표, 강정주 입니다. 반려견 보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Q. 은혜직물이란 이름이 참 정겨워요. 어디서 따온 이름인가요?
아, 제 아내 이름에서 가져왔어요. 조은혜 실장은 은혜직물의 패턴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어요. 네이밍에 큰 의미를 둔 건 아니고, 빈티지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OO직물’이라는 이름을 구상했어요. 각자의 이름을 넣어 보았는데 ‘은혜직물’이 입에 더 잘 붙어서 그걸로 바로 결정했어요.ㅎㅎ 어설픈 영어 이름보다 더 멋스러워서 지금 생각해도 잘 지은 것 같아요.

Q. 저는 사실 은혜직물 팬이에요. 몇 년 전에 산 파우치가 튼튼해서 지금까지 갖고 있어요.
오래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전에 고객 중 한 분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완두콩’이라는 파우치를 다 해질 때까지 쓰고 계시더라고요. 감동적이었고 되게 행복했어요. 그 파우치가 지금은 단종되어서 창고에 남아 있는 새 상품을 겨우 찾아 선물해드렸어요. 낡아서 너덜너덜해진 파우치는 제가 받아서 간직하고 있어요. 저에게 참 감사한 일이예요.

Q. 은혜직물의 패턴은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매력적이에요. 디자인 콘셉트는 어떻게 기획하셨나요?
저와 아내의 취향을 반영해서 만들었어요. 저희 둘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디자인은 무엇인지 오래 고민한 결과, 빈티지라는 장르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어린시절 느꼈던 것들에 대한 향수를 전통적인 텍스처로 표현하면서 우리의 취향을 발전시켜보자는 목표로 디자인 방향을 설정했죠. 하지만 단 하나의 정체성으로 브랜드를 규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디자인 하려고 해요.

Q. 은혜직물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책과 민화 등 전통적인 소재에서 모티브를 따와 은혜직물만의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듣고, 보고, 먹는 모든 것들이 주된 영감의 원천이에요. 보리를 키우면서는 반려동물 용품에도 관심이 생겼고, 나중에는 보리 얼굴로 자수도 넣어보고 싶어요.

Q. 은혜직물에서 반려동물 용품을 만들 계획이 있는 걸까요?
저는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일단 계속 이야기 중이예요. 진지하게 고민하다 보니 속도가 더디네요.ㅎㅎ 보리 어릴 때는 제품을 만들다 남은 원단으로 목도리와 이불을 만들어주곤 했어요. 지금 은혜직물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 중 놀이방석은 보리도 쓰고 있어요.

Q. 보리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장인어른께서 개를 좋아하세요. 이미 한 마리 키우고 계시는데, 모르는 개 한 마리가 장인어른 댁 마당으로 들어온 거에요. 그래서 쟤를 어쩌지 고민하던 찰나, 아내가 키우겠다고 나서서 데려오게 됐어요.

Q. 보리를 데려오기 전에 고민이 많으셨겠네요.
은혜 실장은 어렸을 때부터 개를 많이 키워봤어요. 그래서 전부터 한 마리 입양하고 싶어했는데, 제가 반대했어요. 개가 나의 삶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 아이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명확해지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없었어요. 아무래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까요. 돈부터 시작해서 시간과 에너지까지 양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마냥 좋다고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개를 데려오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으니까 보리를 데려오는 걸 결정하기 힘들었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보리를 데려왔어요. 보리를 만나고 일상이 많이 달라졌나요?
네, 정말 많이요. 예를 들어 보리가 오기 전에는 먹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먹으러 갔지만, 지금은 동반이 되는 식당을 찾아서 가야해요. 나들이하는 범위도 한정적으로 변했죠.

Q. 보리 간식도 직접 만들어 준다고 들었어요.
보리는 아토피가 있어서 제가 간식을 직접 만들어요. 보통 고구마를 삶아서 건조해서 주죠. 닭기름처럼 자극적인 성분을 먹으면 피부가 엉망이 되거든요. 개 사료와 간식에 들어가는 닭기름은 개가 좋아하는 풍미와 감칠맛을 더해주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고 해요. 아무튼 보리를 만나고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졌어요. 그래도 저는 보리가 신나게 노는 걸 볼 때가 제일 행복해요. 다들 그러지 않을까요? 산책할 때도 기분 좋다고 뛰어다니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내 삶에 들어와서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참 행복해요.

Q. 보리와는 보통 어디로 산책하나요?
매일 출근길에 한강을 돌아요. 그리고 망원지구 쪽 작은 공원에 자주 가요. 통로 하나만 뚫려 있는 구조이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아서 견주들이 즐겨 찾는 스팟이에요. 눈치보지 않고 풀어 둘 수 있으니까요. 특히 겨울에 놀기 좋은 장소예요. 한적한 공원을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거든요. 공원 뒤쪽으로 15분 정도 걸어가면 반려견 놀이터도 있는데, 잘 안 가게 돼요. 개를 잘 컨트롤 못하는 주인을 만나면 힘들고, 보리도 스트레스 받거든요.

Q. 개들도 서로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 잖아요. 보리는 좋아하는 친구가 있나요?
예전에 동네를 산책하다가 ‘토리’라는 진도믹스견을 만났어요. 우연히 산책하다가 만났는데, 보리와 무척 잘 놀았어요. 다음에 또 만나서 놀고 싶었는데 처음 본 사이에 무턱대고 약속잡기가 조금… 민망했어요.ㅎㅎ 그래서 그냥 헤어졌는데, 그 후에도 내심 서로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운명적으로 또 한 번 마주쳤고 주말마다 한강에서 산책 모임을 갖기로 약속했죠.

Q. 토리도 망원지구 공원 멤버군요.
그런 셈이죠.ㅎㅎ 어느 날은 ‘곰돌이’라는 시바견을 만났는데, 이 아이도 보리랑 잘 어울려서 셋이 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골든 두들 한 마리가 합류하게 되고, 어느 날부터는 프렌치 불독과 보더콜리 믹스 친구도 오고… 어쩌다 모임이 커져서 이제는 아침반과 저녁반으로 나누어 놀고 있어요. 친구를 많이 가진 보리는 운이 참 좋아요.

Q. 한국의 반려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요즘에 진짜 많이 좋아졌죠. 강릉으로 가는 길에 가평 휴게소에서 반려견 놀이터를 처음 봤어요. 소형견과 중대형견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좋았어요. 애들이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고 바로 근처에서 반려견 용품도 팔고 있고요. 다른 개들도 정말 많았어요. 보리는 한 10분 정도 막 뛰어 놀고 차에 타자마자 골아 떨어졌어요. 정말 반려 환경이 좋아진 게 느껴져요.ㅎㅎ

Q.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인가 봐요! 괜찮은 여행 장소 추천해주세요.
캠핑을 좋아해서 보리데리고 자주 가는데요. 지경 국민 여가 캠핑장과 명파해변 오토 캠핑장을 추천해요. 꼭 한 번 가보세요.

Q. 보리와 같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함께 외국여행을 가고 싶어요. 사실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거는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거든요. 반려견이 출입할 수 없다고 지정된 장소 외에는 뭐든 할 수 있어요. 한번은 지리산 쌍계사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절을 관리하는 분이 개는 업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보리를 업고 딱 법당 앞까지 갔어요. 보살님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았었죠. 아기인 줄 알았는데 들춰보니 개라고 웃기도 하셨고요. 저는 반려동물 출입 금지 구역을 이해해요. 왜냐면 오랜 유적지라던지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공간에 개가 오줌을 싸면 안되잖아요.ㅎㅎ

Q. 애용하는 반려동물 아이템이나 브랜드가 있나요?
도시에 살면 가끔 신발이 필요해요. 여름에는 아스팔트가 뜨겁고, 겨울에는 염화칼슘이 깔려 있어 위험하니까요. 다행히 보리는 신발을 잘 신어요. 오랜만에 신으면 처음 한두 번만 바보처럼 걷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러워 져요. 이번 겨울이 오면 또 처음에는 좀 바보처럼 걷겠네요.ㅎㅎ 그리고 국내 브랜드는 거의 소형견 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러프웨어’와 ‘후르타’를 애용해요. 동계 캠핑을 갈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되는데, 후르타 익스트림 워머를 사줘야 할까 고민중이에요.

강정주

오리엔탈 텍스타일 브랜드
은혜직물을 운영 중인 강정주 님은
해피독 보리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