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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이라 각별한 그런 일상

[PEOPLE] 일러스트레이터 그노 님을 만나다

by Eunju2022.10.25

그노 님의 시간은 반려견 치코와 발맞춰서 흘러간다.

아침에 일어나 치코를 돌보고, 단잠에 빠진 치코 옆에서 작업을 하고. 점심이 되면 치코와 같이 밥을 먹고, 해가 저물기 전에 치코를 데리고 산책한다. 그의 따뜻한 일상은 잔잔히, 그리고 천천히 미끄러지는 강물을 닮았다.

이토록 보통의 하루가 특별한 일러스트로 탄생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연유는 치코다. 사랑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은 어떤 순간이건 기쁘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그노 님의 작품 속에는 소소한 행복이 담겨 있다. 부엌에 옹기종기 모여 간식을 나눠 먹는 그림을 보자. 포근하고 여유롭다. 몽글몽글한 기분이 절로 든다.

대중에게 다정한 감동을 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그노 님. 그의 그림 같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그림과 양모펠트 작업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그노’입니다. 최근 꼴라보하우스 도산에서 진행한 ‘펫스티벌’ 그룹전에 참여했습니다.

Q. 전시 정말 재밌게 봤어요. 여러 그림 중에서 ‘닥스훈트 프렌즈’라는 작품이 눈에 띄었어요.
‘닥스훈트 프렌즈’는 저의 반려견 ‘치코’를 모티브로 만들었어요. 치코가 겁쟁이라서 조금은 담대한 개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만든 캐릭터입니다. 누가 봐도 닥스훈트지만 곰인 척, 여우인 척, 호랑이인 척, 맹수를 따라하는 게 귀여움 포인트입니다.

Q. 그노 님의 그림 속에는 평범하고 다정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주로 치코와 함께하는 저의 일상을 담거나, SNS 이웃분들이 닥스훈트를 키우며 벌어지는 재미난 상황들을 그려요. 또는 제 감정을 치코로 대신해서 담기도 하고요. 항상 제 마음의 상태를 솔직하게 담으려고 해요.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개와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니까, 함께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그래서 치코와 지내는 모든 일상을 그림일기처럼 남기겠다고 다짐했어요. 추억으로 쌓인 기록들을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Q. 그림은 작가를 닮는다고 그러잖아요. 그노 님과 그노 님의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분들은 그림과 제가 똑같다고 하시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ㅎㅎ 다만 현실보다 좀 영하게 그리고 있죠!

Q. 그노 님 작품에는 항상 동물 캐릭터가 등장해요. 그노 님에게 동물은 어떤 의미인가요?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니, 다른 동물들의 소중함도 다시 깨우치게 된 것 같아요. 하나하나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잖아요. 동물들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기도 하고요.

Q.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 그 틈에서 힘들 때 좋았던 순간을 꺼내 보곤 하죠? 그 힘으로 현실을 버티고요. 저는 제 그림을 통해 모두에게 잘 하고 있다고 위로를 주고 싶어요.

Q. 작품활동을 하시면서 뿌듯했던 경험이 있나요?
가족이든 친구든, 곁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옆에 있어주는 게 힘이 되는 순간이 있어요.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었던 어느 날, 묵묵히 옆에 있어주던 치코를 보면서 무언의 위로를 느꼈어요. 그날의 감정을 담아 ‘너의 위로Ⅰ’를 그렸어요.
디자인 마켓에서 ‘너의 위로Ⅰ’ 포스터를 구매해 갔던 어떤 분이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 주셨어요. 그림을 보고 며칠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가 생각나서 울컥하셨고,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제 그림을 매개로 감정을 공유했던 그 순간, 정말 뿌듯했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매일 하면 지겨울 때가 있는데, 그노 님은 작업 시간 외에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그림 작업이 마음대로 안 될 때는 머리를 식힐 겸 양모 펠트 작업을 해요. 그럼 좀 복잡한 생각이 비워지고 정리되거든요. 우연한 기회에 접했던 양모 펠트 기술 덕에 그림만 그리지 않아서 조금은 다행이다 싶어요. 그래도 기분이 환기가 안 될 때는 치코랑 산책을 나가요. 서로 리프레시하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요.

작업송으로 듣는 음악이 있나요?
요즘은 김소연, 너드커넥션, 위아더나잇 같은 뮤지션의 음악을 주로 듣고 있어요. 목소리 톤에 집중해서 음악을 감상하는 편이라 독특한 음색을 좋아해요. 주로 잔잔하고 구슬픈 멜로디 곡들이 많은 것 같아요.

Q. 치코를 소개해주세요.
치코는 2016년 1월 1일에 만났어요. 연말에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지인이 닥스훈트 3형제를 입양 보낸다고 하길래, 저도 모르게 제가 데려가겠다고 덜컥 말했어요. 치코를 데려오기 전까지 두 달 정도 기다렸는데, 부담과 염려가 컸어요. 과연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 시골에서 마당개만 키워본 내가 한 집에서 동거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어요. 걱정이 무색하게도 지금은 제 곁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목청도 쩌렁쩌렁하고요. 아주 건장한 슈퍼 우람견이 되었답니다.

Q. 다양한 행사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으신 만큼 치코와 보내는 시간이 정말 소중할 것 같아요. 치코와 그노 님의 일상 루틴을 알려주세요.
보통 오전에는 작업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치코는 자기방과 작업방으로 왔다 갔다 하며 잠을 자고요. 정오 즈음이 되면 슬슬 밥준비를 하면서 치코 점심을 챙겨줘요. 치코는 특이하게 놀면서 식사해요. 밥 먹는 와중에 저한테 쪼르르 와서 자기랑 놀아줘야 한다고 눈치주고 가고. ㅎㅎ 밥에 집중 안 하니까 더 많이 먹는 것 같기도 해요. 요즘은 정량만 주려고 단호해지고 있어요! 해가 뜨겁지 않은 오후가 되면 산책을 나가요. 치코는 산책을 오래 하는 것보다 집을 나가는 행동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치코’ 이름의 뜻이 궁금해요.
애니메이션 '늑대아이'에서 주인공의 곁에 머무는 아주 작은 털뭉치 정령 이름이 ‘치코’에요. 주인공과 붙어 지낸다는 설정과 정령이라는 느낌이 좋아서 이름을 정하게 되었죠.

Q. 치코와 보통 어디로 놀러가나요?
아쉽게도 치코와 함께 멀리 놀러가본 경험은 손에 꼽을 만큼 적어요. 우리는 뚜벅이 생활을 하고 있어서, 외부 활동을 위해서는 지인 차를 빌려야 하는지라 미안한 마음이에요.
대신 동네를 구석구석 여러 갈래로 탐험해요. 며칠 전에 자주 지나는 산책길에 있는 아파트 사이에서 작은 소공원을 발견했어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는데 처음 보는 공원이라서 낯설었지만, 공원 산책로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신기했어요. 치코는 낮은 언덕길을 무척이나 열심히 달리더라고요. 덕분에 치코를 따라서 발이 뜨겁도록 뛰었네요.

Q. 치코와 함께하는 시간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은 언제인가요?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있으면 치코가 달려와서 내려오라고 눈치를 줘요. 거기에 못이겨서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으면, 치코가 제 다리 위로 올라와서 공을 뜯으며 놀기도 하고 잠시 잠에 들기도 해요. 치코의 어리광에 다리가 저려도, 쌔근쌔근 잠든 모습을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요.

Q. 그노 님이 추구하는 반려 라이프는 무엇인가요?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반려동물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균형 잡힌 삶은 힘들겠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면 그만큼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해요.

Q.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그노 님만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려 문화의 흐름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적절한 화해가 필요해요. 저처럼 동물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동물에 트라우마가 있어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서로의 입장을 강요하지 않고 비반려인이 자연스럽게 동물과 친해지도록 반려인들이 기본적인 예의를 잘 지켜야 해요. 내 강아지는 안 그러겠지 같은 안일한 생각은 아닌 것 같고요. 나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겠죠.

그노

따뜻한 그림과 양모 펠트로 마음을 표현하는
감성 일러스트레이터 그노 님은
닥스훈트 치코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