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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트와 검은 샤크

[PEOPLE] 예술가 안지용 님을 만나다

by Eunju2022.10.19

반려견과 삶을 나누려면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일상의 질서는 뒤죽박죽이 된다.

가령 귀가하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평소 애지중지하던 물건이 처참하게 망가져 있을 수도 있고, 깨끗하게 세탁한 이부자리에서 오줌 냄새가 날 수도 있다.

8년차 집사 안지용 님은 “반려견의 말썽마다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개의 관점을 존중하면 자연스럽게 동물의 행동이 납득되고 너그러운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데칼코마니처럼 똑 닮은 인간과 개를 통해 다정한 공감을 표현하는 아티스트 안지용. 긴 시간동안 반려생활을 이어온 그에게 반려견 ‘샤크’는 또 다른 자아인 ‘얼터 에고(alter ego)’다. 무한한 애정이 만발하는 지용 님과 샤크의 이야기에 빠져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조각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 안지용 입니다. 서울 소격동 아원공방에서 카페 ‘플포픽’ 운영과 개인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의 베이비, 도베르만 샤크와 살고 있습니다.

Q. 지용 님의 작품 중 빨간 개 캐릭터는 샤크인가요?
네~ 샤크를 모티브로 가져왔어요. 한창 코로나로 카페가 힘들었을 당시 저의 울적한 모습과, 암울한 상황에서도 그저 해피한 샤크의 모습이에요.ㅎㅎ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웃긴 모습을 따라하는 행동을 통해 개의 그림자가 사람이 되고, 사람의 그림자가 개가 되는 개념을 표현했어요. 여기에는 사람과 동물, 그리고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배려하며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저의 마음이 담겨 있어요.

Q. 꼴라보하우스 도산에서 진행한 ‘펫스티벌’ 그룹전에 참여하셨어요. 전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셨나요?
가벼운 위로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중에게 친숙한 반려동물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만들었습니다. 힐링을 전하는 목적의 전시인데, 작품에 너무 많은 이야기와 가치관을 담으면 보는 사람이 되려 머리 아파할 것 같았거든요. 그냥 단순하게, 긍정적인 감정을 나누고 싶었어요.

Q. 작품이 전반적으로 유쾌해요. 특히 오줌 누는 조각상이 재밌어요!
남들이 볼 때는 어른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철없는 행동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요즘 시대는 특히 구속이 심해서 눈치를 많이 보게 되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표출하면 좋을지 방법을 고민하다, 용변을 보는 행위를 조각으로 만들었어요.

Q. 조형과 일러스트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어떤 게 더 재밌나요?
일러스트를 그릴 때 조금 더 재밌어요. 육체적으로 편해서 재밌는 건지 진짜 그림 그리는 게 재밌는 건지 모르겠지만 ㅎㅎ 표현의 폭이 넓어서 재밌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완성했을 때 쾌감은 조형 작업이 더 커요. 평면 그림이 3D로 변하는 과정에서 생명을 불어넣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Q. 샤크와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합니다.
어머니 젊었을 적 꿈이 결혼 대신 빨간 스포츠카에 도베르만을 태우고 여행하는 거였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당신의 낭만을 이루어 주겠노라’고 어머니를 설득(?)해서 샤크를 입양했어요.ㅎㅎ 샤크가 저의 첫 반려견이에요.

Q. 처음 길러보는 아이인데, 함께 지내보니 어땠나요?
함께 살기 시작한 후, 한 달 간은 무척 힘들었어요. 샤크가 자립심이 약해서 혼자 있기 싫어했거든요. 지금 지내는 작업실이 복층이라 저는 보통 2층에서 자거든요. 그런데 제가 침실로 올라가기만 하면 샤크가 울어대는 거에요. 제가 눈에 안 보이니까, 사라질까 불안했던 거죠. 그래서 담요 하나 들고 1층에 내려가서 샤크 옆에 여러번 누워 자곤 했어요.

Q. 어려운 점이 많았겠군요.
맞아요. 처음 키우면서 ‘얘는 왜 이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무 곳에나 소변을 보거나 꽃밭을 헤집어 놓으면 ‘얘는 왜 사고를 자꾸 치지’라며 답답했어요.

Q. 샤크의 그런 행동이 익숙해 지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두세 달 정도 걸렸어요. 샤크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오줌을 싸는 것도 꽃밭을 망치는 것도 자연스러운 행동이더라고요. 8년이 지난 지금은 가끔 샤크가 사고를 치면 그러려니 넘어가요. ‘화장실이 얼마나 급하면 사고를 쳤을까?’라고 생각하거나, ‘땅 파는 모습이 참 자유롭구나!’라고 지나가요.
샤크의 관점을 존중할수록 샤크가 저를 좋아하고 믿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요즘에는 서로가 서로에게서 조금 더 자유롭게 살고 있어요.

Q. ‘샤크’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나요?
‘샤크’는 로망이 반영된 이름이에요. 어떻게 보면 좀 편협하고 웃긴 생각이지만, 뭔가 도베르만을 키우게 된다면 샤크라고 짓고 싶었어요. 그래서 딸임에도 불구하고 샤크라는 이름을 붙였죠. 동물 이름이 중성적이면 오래 산대요. 그래서 샤크가 이렇게 건강한 걸지도 몰라요.ㅎㅎ 지금은 좀 살집이 있는 편이에요. 원래 호리호리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25kg거든요.

Q. 작가님은 늘 샤크랑 같이 출퇴근 하시나요?
네. 파주에서 북촌까지 왔다갔다해요. 여기 북촌과 달리 파주는 아직 논이 많아서 겨울에 산책을 데리고 나가면 샤크가 기러기를 잡겠다고 미친듯이 뛰어다녀요. 일반적인 도시 개들과는 다른 일상을 살고 있죠. 샤크와 붙어있는 시간도 길고 자연과도 가깝게 살고 있으니 어쩌면 다른 개들보다 훨씬 행복할 거예요.

Q. 파주의 겨울은 무척 춥지 않나요?
첫 겨울에는 샤크가 추울까봐 옷을 입혀줬어요. 단모라서 보온이 잘 안 되는지, 발발 떨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털이 빼곡히 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겨울에도 옷이 필요 없어요. 야생에서 키우다 보니 야생이 되어버린 셈이에요. ㅎㅎ

Q. 샤크를 위해 따로 챙겨주는 음식이 있나요?
처음 5년 동안은 생닭과 생돼지고기를 먹였어요. 그런데 살균처리 된 생고기라도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후에는 생식을 피하고 있어요. 사료는 ‘로얄 캐닌(ROYAL CANIN)’ 제품과 국내 회사 제품을 번갈아 가며 주고, 가끔씩 돼지고기를 삶아줘요.

Q. 좋아하는 반려동물 브랜드가 있나요?
‘헌터(HUNTER)’ 목줄 자주 썼는데, 자꾸 잃어버려서… 이제는 비싼 거 안 씁니다.ㅠㅠ

Q. 어쩌다 그 좋은 목줄을 잃어버리신 거예요?
파주에 거주하다 보니 이동하려면 차가 필요하거든요. 샤크 산책 끝나고 자동차 보닛에 잠깐 목줄을 올려 뒀다가 그대로 운전하고 가버려서 잃어버린 적이 여러번이에요.

Q. 샤크가 8살이 되면서 달라진 게 있나요?
확실히 기력이 쇠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요즘엔 산책하면 금세 지쳐요. 그리고 제일 달라진 건, 눈빛이에요. 옛날에는 항상 초롱초롱했는데. 지금은 약간 저보다 상전인 것 같은 초월한 눈빛이에요. ‘내가 봐 준다’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그리고 그동안 같이 지내면서 너무 익숙했던 건지, 사진을 잘 안 찍었어요. 기록에 소홀한 걸 반성하면서 요새는 샤크의 스크랩북을 구상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장씩 동일한 배경에서 샤크의 모습을 찍으려고 해요.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 8살이 넘으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샤크와 함께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파주 작업실 앞마당에 불을 지피고 샤크랑 고기를 구워먹는 것만으로도 캠핑 기분이 나지만, 단 둘이서 여행을 가서 꼭 차박을 해보고 싶어요. 파주에서 가까운 강화도나 평화 놀이공원에 산책은 많이 가봤는데, 자고 온 적이 없거든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요새 일정이 바쁘다 보니까 쉽지 않았어요.

안지용

사람과 동물을 조각하고 그림그리는
아티스트 안지용 님은
도베르만 샤크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