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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로 맺은 뜻밖의 인연
[PEOPLE] 로컬 프렌드, 채원&은솔 님을 만나다
by Eunju2022.10.05
성수동 어느 고즈넉한 골목에는 버섯을 키우는 카페와 작은 서점이 있다. 책과 버섯이라니. 낯설면서도 어울린다. 신선한 조합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강점을 나누고 가능성을 발굴하는 공간의 철학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더 재밌는 건 강아지 복자와 순돌이 가게로 출근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제 막 한 살을 넘긴 복자는 이곳에서 인턴이고, 의젓한 성격의 순돌은 부장님이다.
‘르타리’의 ‘이채원’ 님과 ‘낫저스트북스’의 ‘황은솔’ 님은 강아지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고, 복자를 계기로 더욱 가까워졌다. 삶을 나눈 그들은 가족에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운명 같은 만남부터 성수 로컬 라이프까지, 그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반가워요. 소개 부탁드려요.
은솔 : 안녕하세요. 성수동 작은 서점 ‘낫저스트북스’의 책방지기 황은솔입니다. 운명 같은 우연으로 책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반려견 ‘순돌’과 함께 책방에 출퇴근해요.
채원 : 저는 버섯농장 겸 카페, ‘르타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채원입니다. 도시 계획을 연구하고 지역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중, 직접 좋은 동네의 모습을 실현해 보고자 성수동을 기점으로 르타리를 시작하게 됐어요. 저도 반려견 ‘복자’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Q. 책과 버섯, 전혀 다른 분야잖아요! 이 공간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요?
채원 : 르타리는 원래 도시 농장 기능과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기 위해 생겨난 공간이에요. 지하에 있는 버섯 농장이 핵심이고 그곳에서 기른 버섯을 재료로 카페에서 간단한 음식을 판매했지만, 지금은 버섯 재배와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음료만 판매하고 있어요.
르타리의 방향성을 생각하는 기점에 서점과 결합을 결정했어요. 독립서점이 가진 강점을 더해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에 힘을 쏟기로 한 거죠. 르타리와 낫저스트북스는 이제 합친 지 한 달이 되었어요.
Q. 함께 있는 모습이 이질적이지 않고 재밌어요. 두 분은 어떻게 만났나요?
은솔 : 채원 님은 제 학교 선배의 지인이었어요. 제가 성수동에서 서점을 하는 걸 아시고는 함께 찾아오셨어요. 그때 처음 만났고, 채원 님이 복자를 입양하면서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죠.
채원 : 복자가 제게 온 인연이 너무 신기해요. 실은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마음먹고 남편과 매일 유기동물 사이트를 보며 준비했거든요. 그러던 중 경기도 화성 보호소에 있는 8마리의 형제 강아지들 중 유난히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었어요. 현실적인 부분과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은솔 님이 인스타그램에 임보할 강아지를 데리러 간다는 글을 봤어요. 그런데 보호소가 화성인 거예요! 왠지 제가 눈여겨 보고 있는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루 온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죠. 그 아이가 맞으면 어떡하지? 발을 동동거리며 마음만 졸이고 있었어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은솔 님의 사진을 확인해보니, 코가 삐죽 나와 있는 바로 그 아이였어요. 그래서 그날 바로 남편한테 이야기를 하고 데리러 갔어요.
Q. 세상에, 정말 운명같은 우연이네요. 마치 영화 같아요. 은솔 님과 채원 님은 꼭 가족 같은 기분이 들겠어요.
채원 : 맞아요. 복자를 데려오기 전에도 입양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서 은솔 님께 상담도 받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복자를 입양하면서 더 가까워졌어요.
은솔 :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오랫동안 혼자 살다가 순돌이를 통해 시작된 소중한 관계들이 많아요.
Q. 은솔 님은 순돌이와 어떻게 만났나요?
은솔 : 순돌이는 강원도 양양에서 구조됐어요. 떠돌이 개였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덕분에 동네 사람들의 예쁨을 받았데요. 그러다 큰 개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했어요. 동네 사람들이 순돌이를 구조했는데, 지인 소개로 제가 데려오게 됐죠.
Q. 그렇군요. 은솔 님은 원래 유기동물에 관심이 많았나요?
은솔 : 아니요. 순돌이를 만나고 유기동물 문제를 처음 알게 됐고 충격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던 거대한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그 이후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바뀌었어요. 사회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약자,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문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책도 그런 쪽으로 많이 읽게 됐고요.
Q. 그럼 그때부터 임보를 시작한 건가요?
은솔 : 네~ 제가 순돌을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임시 보호가 떠올랐어요. 인스타그램에(@love_samesame) 페이지를 만들었고 구조한 강아지들에게 ‘샘 1호’, ‘샘 2호’라는 별명을 붙였어요. 차별없이 사랑하자, ‘샘샘’으로 살아가자. 그런 느낌으로 캠페인을 만들었어요. 복자는 ‘샘 3호’였고 지금은 ‘샘 7호’까지 있어요.
Q. 채원님도 복자를 입양하고 어려움은 없었나요?
채원 : 저는 복자가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 그런데 어떻게 변할 지 모르니 더 기대가 되고 재밌었어요. 사람들은 유기동물에 편견을 갖고 있어요. 제가 입양을 결심했을 때 “성격 괜찮아?” 또는 “병은 없어?”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어요. 유기동물에게 씌워진 프레임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Q. 르타리와 낫저스트북스가 있는 성수동은 어떤 동네인가요?
은솔 : '어떤 동네'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동네인 것 같아요. 성수를 벗어나지 않아도 삶의 만족도가 어느 정도로 채워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와 강아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100점 만점 중 80점 정도는 갖춰져 있다고 생각해요.
채원 : 반려동물에게 열려 있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복자와 들를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많아요. 작은 소품샵부터 카페와 식당까지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하고요. 또 서울숲처럼 큰 공원이 있어서 산책하기도 좋은 동네에요.
Q. 앞으로 르타리와 낫저스트북스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채원 : 우선 버섯의 생육 사이클을 공부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마스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버섯을 식료품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버섯의 균사체를 이용해서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나아가 동물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무언가를 만들어볼까 논의 중이예요. 그리고 서점과 같이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비정기적으로 마켓을 열고,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려고 생각도 하고 있어요.
은솔 : 서점은 워낙 하던 프로그램이 많았어요. 이사온지 막 한 달이 된 차라, 자리를 잡는 게 당장의 숙제예요. 이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프로그램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하려 해요.
Q. 은솔 님, 책방지기로서 포블스 회원들에게 책 한 권 추천해주세요.
은솔 : 트레시 맥밀런 코텀 작가의 ‘시크(THICK)’라는 책이 떠올라요. 미국에서 살아가는 흑인 여성에 대한 내용인데, 여러 입장에 대입해 볼 수 있어요. 한국 30대 여성의 삶, 혹은 동물권에도 대입할 수 있어요. 소수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책이자,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깨우쳐주는 책이에요. 무엇보다 읽기 전과 후가 달라지는 책이라서 추천하고 싶어요.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곱씹어 읽어 보길 바라요.
後 talk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의 따뜻한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아쉬운 마음에 책방을 둘러보다가 은솔 님의 에세이 '뜻밖의 삶, 위로하는 책'을 발견했다. 1부에는 책방 주인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2부에는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님의 친필 사인을 받고 가게를 나왔다. 인터뷰의 추억을 두고두고 기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