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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런 ‘친구’가 있나요?

[PEOPLE] 스위스 진돗개 알림이 이혜경 님을 만나다

by Gayeon2022.09.28

이런 친구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항상 내 편이 되어 주는 친구, 힘들 때 옆 자리를 채워주는 친구, 말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친구.

나이가 들수록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스위스에서 에어비엔비를 운영하고 있는 이혜경 님은 그 작은 구멍에 낙타를 집어넣은 1인 중 한 명이 분명하다.

적어도 진돗개 ‘친구’가 곁에서 잠들어 있는 지금만큼은.

Q. 혜경 님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저는 1982년 10월 29일 으스스한 가을날에 독일로 유학 온 이혜경입니다. 지금은 환갑이 넘은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자긍심 넘치는 한국인이죠.ㅎㅎ
소프라노로 Konzertsangerin(Concert singer) 이라는 타이틀로 독일에서 오랫동안 음악회도 열고 제자를 육성하며 시간을 보내왔어요. 독일인 남편과 슬하에 두 아이가 있고, 셋째인 진돗개 ‘친구’까지 다섯 식구에요. 지금은 스위스 루체른에서 에어비엔비를 운영 중입니다.

Q. 혹시 한국어 인터뷰가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괜찮아요. 스물이 갓 넘어 유학 와서 거의 40년 동안 한국어 보다는 독일어를 더 많이 사용하다 보니 갑자기 한국어를 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 세상이라 한국 드라마, 영화 또 예능을 보며 전보다 부쩍 한국어가 늘었어요~ㅋㅋ

Q. 원래는 독일이 본가라고 들었는데, 에어비엔비를 스위스에서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남편이 스위스로 이직을 하며 자연스럽게 둘째(딸)와 셋째(반려견 친구)를 데리고 함께 스위스로 이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스위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집에 있는 손님방으로 그 당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에어비엔비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에어비엔비 계정을 만들어서 올렸어요. 그런데 정말 많은 예약이 들어왔어요.

Q. 혜경 님이 생각하는 에어비엔비 운영의 즐거움 또는 묘미는 무엇인가요?
각양각색의 손님들을 만나는 게 아주 즐겁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했는데 그해 연말 결산자료를 보니 총 24개국의 손님들이 왔다는 거에요. 깜짝 놀랐어요. 다양한 문화경험을 집에서 한다고 할까요. 손님들과 함께 아침식사도 하고, 또 2~3일 계시는 분들은 저녁식사에 초대해서 한국 음식도 대접하거나 정원에서 코리안 바비큐도 하며 ‘슬기롭고 재미있는 에어비엔비 생활’을 즐기고 있답니다.

Q.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가요?
안타깝게도 저희 친구가 영역을 중요시 생각해서 다른 반려동물의 동반은 어렵습니다.

Q. 친구와 가족이 된 계기가 궁금해요.
독일인 남편과 결혼 생활하면서 항상 개를 키우게 되면 진돗개를 입양하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53호인 진돗개는 외국에서 찾기 어려운 개라 거의 불가능했죠. 그렇게 마음에만 품고 지내다가 두 아이들이 자라 개를 책임감 가지고 기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신기하게도 독일 남부지역인 블랙포레스트(Black Forest)에 사는 독일인 부부가 진돗개 한 쌍을 키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Q. 친구를 만날 인연이었나보네요~ㅎㅎ
그런데 암컷의 나이가 많아서 수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출산은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는 거에요. 대신 수컷 진돗개와 암컷 시바견 사이에서 꼬물이들이 4마리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게 됐죠. 4주가 된 강아지들을 보러 갔는데, 걸음도 잘 걷지 못하면서도 지푸라기가 들어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서 용변을 보는 똘똘이들이었어요.

Q. 그럼 평소엔 친구를 어떻게 소개하세요?
친구와 산책할 때 사람들이 견종이 뭐냐고 자주 물어봐요. 여기서는 동양의 개가 오히려 인기가 많거든요. 그러면 저는 진돗개라고 답한답니다.ㅋㅋ 그 다음엔 이름이 뭐냐고 묻는데요. 친구라고 답하면, 왜 견종과 이름이 똑같냐고 반문해요. ‘진도’와 ‘친구’의 발음을 잘 구분을 못하는 거죠.

Q. 스위스는 산책하는 곳마저 아름다운 자연일 것 같아요.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 코스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친구는 이제 10살이 된 노견이라 예전처럼 (1시간 30분 정도) 긴 산책은 안 하지만,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 장소는 처음 가본 곳 또는 오랜만에 가 본 곳이에요. 아무래도 낯선 곳의 냄새와 느낌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Q. 에어비엔비에서 친구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친구는 우리 에어비엔비의 아이콘이에요. 딱 한번 개를 너무 무서워하는 인도 부부가 안내 문구를 제대로 읽지 않고 와서 3박 예약했는데 1박만 하고 급히 호텔로 이동한 적이 있었어요. 그걸 계기로 그 때부터 에어비엔비에 친구 사진을 올려 우리집에 반려견 한 마리가 살고 있다는 걸 정확히 알린 후부터는 친구 때문에 우리 부킹하는 분들이 늘었어요. 친구는 손님들을 아주 좋아해요. 신기하게 한국 손님들을 더욱 선호한답니다. 그리고 손님들의 손길을 100%, 아니 200% 즐기죠.ㅎㅎ

Q. 독일이나 스위스 사람들이 진돗개를 아나요?
친구가 강아지였을 때 사람들은 산책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꺄~ 얘는 뭐야 백곰이야?”라며 미친듯이 소리치기도 하고, 차를 멈추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딱 한번 스위스아저씨가 진돗개냐고 물어 본 적이 있어요. 자신도 진돗개를 키운 적이 있다면서요. 아쉽지만 독일이나 스위스 사람들은 시바견이나 아키타견은 알아도 진돗개는 잘 몰라요. 그래서 ‘하치 이야기’ 영화를 보신 분에게는 강아지 하치코로 출연한 여러 마리 강아지 중 한 마리는 진돗개였다고 설명해주죠.ㅎㅎ

Q. 스위스와 독일의 반려문화의 특징이 궁금합니다.
여기서는 특별히 ‘반려문화’라는 표현이 없어요. 동물을 키우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반려견, 반려묘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내 개, 우리 개, 내 고양이, 우리 고양이… 이렇게만 표현하지요. 반려견, 반려묘가 아닌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들은 독일이나 스위스에서는 찾아 볼 수 없거든요.

Q. 독일은 반려동물 세금을 낸다고 하던데요.
독일뿐 아니라 스위스도 반려견 세금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반려묘 세금은 없고요.
세금은 반려견의 종류와 지역에 따라 납부금액이 다르지만, 대략 연간 120~180 스위스 프랑(한화 17만원 ~ 26만원)으로 알고 있어요. 독일도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아! 그리고 아메리칸 핏불 등 몇 가지 맹견으로 분류된 개들은 성격 테스트를 정해진 시기마다 주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Q. 친구와 혜경님의 하루 일상은 어떤가요?
오전 산책에 보통 대소변을 모두 해결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오죠. 패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환경 오염도 되고, 하루에 많게는 세 번까지 산책을 다니기 때문에 필요 없기도 하고요.
그리고 친구는 자동차로 가는 산책을 즐겨요. 아빠와 함께 숲에 가거나 신선한 우유를 사러 농장에 자주 가죠. 아니면 다른 나라로 휴가를 가기도 하고요.

Q. 친구를 기른 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많이 걷게 되었어요. 모든 가족들에게 친구는 조용한 치유선생님입니다.

Q. 친구와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스위스는 어디를 가던지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친구와 산악기차를 타고 융프라우까지 가서 아주 스타가 되었답니다.ㅎㅎ 다음엔 친구와 꼭 리기산을 하이킹 하고 싶어요.

Q. 반려동물과 스위스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장소로 한 곳을 뽑자면 어디일까요?
여름에는 방목하는 소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는 클라우젠 패스(Klausenpass)를 추천합니다. 1950m의 고산지대 연한 풀을 먹이기 위해 매년 여름마다 스위스 중부지역의 소들이 여기로 모이는데요. 차가 다니는 도로에 소들이 먹는 물통 (보통 나무로 깍은 샘물과 연결된 물통)도 있고, 가끔씩은 쇠똥을 피해야 하지만 아직 망가지지 않은 온전한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어 힐링이 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편하게 전해주세요.
저는 한국의 반려가정에서 대소변 패드가 사라졌으면 해요. 독일과 스위스에서는 패드를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거든요. 조금만 더 반려동물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 가능해요. 그리고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털을 염색한다든지 반려인이 선호하는 것들을 동물의 동의도 없이 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좋겠어요. 동물이 좋아하는 걸 해 주기를 바랍니다.
한번 가족은 영원한 가족이잖아요. 집에서만 생활하지 말고 반려동물과 함께 더 넓은 세상과 자연을 만나기 바라고요. Happy dog happy life 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이혜경

40여년 전 독일로 유학을 떠나 성악을 전공했고,
지금은 스위스에서 에어비엔비를 운영 중인 혜경 님은
진돗개 ‘친구’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