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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와 예술의 랑데부

[PEOPLE] 아트 어드바이저 최은주 님을 만나다

by Gayeon, Shannen2022.09.16

누군가 인간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하나는 ‘동물’이요, 나머지 하나는 ‘예술’이라고.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곱씹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얘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시츄 가을이, 달구와 반려생활을 하며, 미술 작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최은주 님의 라이프스타일은 남들보다 힐링의 기본값이 분명 두 배는 더 높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터무니없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은주 님의 자택이 있는 금호동으로 향했다.

그리고 드디어, 딩동~

Q. 안녕하세요~ 은주 님. 먼저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저는 아트 어드바이저(Art Advisor)로 일을 하고 있는 최은주라고 합니다. 시츄 가을이, 달구와 함께 살고 있어요.

Q. 아트 어드바이저라는 무척 생소한데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한국 작가들은 외국에 알리고, 외국 작가들은 한국에 알리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전시라던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작가와 작품을 알리고, 가치를 인정받아 작가와 콜렉터 모두 만족스러운 거래가 성사되도록 돕기도 하죠. 예전에는 딜러라고도 했지만, 요즘엔 아트 비즈니스 분야가 세분화되고, 전문성도 인정받아 아트 어드바이저라고 부릅니다.

Q. 작품의 가치를 알아 볼 수 있는 감식안이 중요하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눈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얘기해요.ㅎㅎ 가고시안(Gagosian), 사이먼 리(Simon Lee), 마시모 데 카를로(Massimo De Carlo) 같은 해외 메이저 갤러리 작가들을 주로 국내 고객들에게 소개하지만, 젊은 국내 신진 작가들을 발굴고 해외에 알리는 일도 많이 하고 있답니다.

Q. 한국에선 낯선 직업이라 처음에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정말 바닥부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갔어요. 외국 갤러리나 국내 미술계에 인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예술 작품을 어떻게 에이전트해야 하는지도 전혀 몰랐으니까요.ㅎㅎ 한 번은 전시 기사를 내고 싶어서 무턱대고 연합뉴스를 찾아갔어요. 그것도 보도자료를 페이퍼로 출력해서요.ㅋㅋ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인데.. 신기하게도 그 기사가 실렸고, 네이버와 다음 포털 메인에서 검색어 1위도 했어요.ㅋㅋ 결국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성공한 건 아니지만, 20년 넘게 하다 보니 처음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와 있더라고요.

Q. 영국의 명문 예술 대학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과 ‘골드 스미스(Gold Smith)’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걸로 아는데요. 작품 활동 대신 아트 어드바이저가 된 이유가 있나요?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세라믹 디자인(Ceramic Design)’을 전공했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손에 맨날 흙이 끼는 것도 싫고요.ㅎㅎ 졸업 후 어느날 갤러리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문득 갤러리스트들이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막연하게 한국에 가면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중퇴했지만 골드 스미스에서 인문사회학도 공부했고, 운 좋게 한 기업의 갤러리를 오퍼레이팅하는 기회도 얻었어요. 거기서 일을 배우고, 인맥도 쌓으면서 카스텔바쟉, 존버거맨 같은 작가들의 전시도 하게 된 거에요. 제 전시 공간도 열게 되었고요.

Q. 영국에서 오래 생활했으니까, 우리 나라의 반려문화와 비교가 될 것 같아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우리 나라 반려인들은 애들을 지나치게 애지중지하는 것 같아요.ㅎㅎ 영국에서는 아무리 작은 개라도 되도록 걷게 하고, 비오는 날도 그냥 비 맞고 뛰게 해요. 개모차나 우비 같은 건 거의 못 봤어요. 그러면서도 개들이 모두 자연스럽고 안정적이에요.

Q. 영국에서는 반려동물 입양도 어렵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아무나 입양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절대 키울 수가 없어요. 담당 기관이 있어서 집조사까지 나와서 환경도 보고, 아이가 혼자 얼마나 집에 있어야 하는 지까지 상세하게 체크해요. 저도 집을 많이 비우는 유학생이라 개를 입양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영국엔 유기견도 거의 없어요. 거리의 동물이 없다 보니 로드킬도 없고요.

Q. 가을이와 달구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가을이는 5살 6개월, 달구는 이제 5살이 되었어요. 둘 다 오랫동안 가족을 찾지 못한 아이들이었어요. 건강 상태도 많이 안 좋았고요. 특히 달구는 좁은 곳에 너무 오래 있어서 잘 걷지도 못했어요. 시츄가 인기가 없어지면서 입양을 못간 거죠. 가을이가 먼저 집에 왔고, 몇 개월 후에 달구도 가족이 됐어요. 둘 다 더 이상 거기 두면 안 될 것 같아 데려온 거에요.

Q. 둘 다 수컷인데, 사이 좋게 잘 지냈나요?
처음에 가을이가 엄청 경계했어요. 달구가 가까이만 와도 샘이 나서 견디지를 못하고 난리를 치는 거에요. 착해서 물지도 못하고, 도망 다니면서도 그러는 거에요.ㅎㅎ 그래도 가을이가 집에 먼저 왔으니까 더 먼저 예뻐해주고, 밥도 먼저 챙겨주고 그랬어요. 그렇게 5개월 정도 지나니까 나아지더라고요. 두 아이 모두 중성화를 하기도 했고요.

Q. 가을이와 달리 달구는 이름이 너무 토속적이에요.
가을이는 가을에 데리고 와서 ‘가을’이라고 지었고요. ‘달구’는 지인이 지어줬어요.ㅎㅎ 왜 촌스럽게 달구냐고 했더니, 너무 이쁜 이름 아니냐는 거에요. 이제는 달구가 이름을 알아들어서 바꾸지도 못해요.ㅠㅠ

Q. 그런데 두 아이 모두 너무 조용해요. 벨소리가 나도 짖지를 않네요.
네~ 맞아요. 둘 다 헛짖음이 1도 없어요. 하도 안 짖어서 혹시 성대 수술을 했나..라고 의심할 정도로요. 그런데 잠잘 때 잠꼬대하면서 막 짖더라고요.ㅋㅋ 그때서야 짖을 줄은 아는 구나 싶었죠. 주인 닮아서 조용한 가봐요~ㅎㅎ

Q. 가을이와 달구가 은주 님의 첫 반려동물인가요?
이 아이들을 입양하기 전에 17년을 함께 산 시츄가 있었어요. 그냥 가족 같은 아이였어요. 나이가들면서 눈이 안 보이고, 그 다음엔 귀가 안 들리고 냄새도 못 맡게 되더라고요. 개는 노화가 시작되면 진행 속도가 진짜 빨라요. 안타까워서 지켜보기가 어려울 정도에요. 애들도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Q. 은주 님을 사로잡은 시츄만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개체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착해요. 잘 짖지도 않고. 제가 가을이를 매일 끌어 안고 자는데, 다음날에도 똑 같은 자세로 옆에 그대로 누워있어요.ㅎㅎ 확실히 시츄만의 무던한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 주변엔 아직도 시츄를 기르는 친구들이 많아요. 시츄만 그리는 화가도 있고요.

Q. 두 마리라서 어려울 때가 있나요?
확실히 한 마리 기를 때보다 힘들기는 해요. 천지차이에요. 매일 한강이나 서울숲으로 산책을 나가는데 샘이 많아서 따로는 절대 못 가요. 큰 일 나요. 그리고 애들이 가벼울 것같아 보여도 진짜 무겁거든요. 들 수도 없어요~ㅎㅎ

Q. 외국 출장을 많이 다닐텐데요. 혹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보신 적이 있나요?
주로 파리와 런던을 자주 가는데요. 거기는 정말 반려동물 천국이에요. 아이들 데리고 가보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규제도 많고, 통관도 어렵고요.ㅠㅠ

Q. 경리단길에 있는 갤러리를 이전한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네~ 청담동 쪽으로 이전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더 좋은 전시를 규모있게 유치하려고 해요. 아직은 대중들에게 갤러리 문턱이 좀 높잖아요. 유럽처럼 할머니가 애기 데리고도 쉽게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전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반려동물도 마찬가지고요. 외국 갤러리는 동반 가능한 곳이 많거든요. 경리단길에서처럼 앞으로도 반려동물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後 TALK.
은주 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눈길은 나도 모르게 수시로 아름다운 가구와 조명으로 향했다.
내가 그토록 애정하는 ‘USM’과 ‘루이스 폴센’ ‘플리츠 한센’으로 채워진 공간이라니. 그 앞을 나른하게 오가는 가을이와 달구.. 내가 꿈꾸는 완벽한 풍경. 캬~

최은주

아트 어드바이저로서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알리고 소개하는 일을 하는 은주 님은
시츄 가을이, 달구와 반려생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