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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에 탈모여도 좋아, 너무 좋아!
[PEOPLE] 우리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찬양해요
by Eugene2022.09.05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표현할 때는 그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이 기본값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이 소비되는 요즘과는 분명 다른 ‘무게’와 ‘책임’을 수반하는 고백이었다.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좋아한다’는 세 명의 반려인에게선 오래 전 그 짧은 문장 고유의 향수가 느껴졌다. 반짝했다가 휘발되는 순간적인 표현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발아한 진정성의 밀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달까.
인터뷰 내내 산만하게 카페를 오가는 세 마리의 매끈한 멋쟁이들을 꼼꼼히 챙기면서도 그들의 사랑스러움을 찬양하는 데는 쉼이 없었다.
* 이지연 님 & 레오
강서구 / 17개월 / M / @_leo_ayoh_
* 김성희 님 & 제희
강서구 / 17개월 / M / @jehi_ig
* 소리나 님 & 제리
강서구 / 18개월 / M / @jerry_iggy
Q. 세 분의 관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동시에 : 저희는 모두 강서구에 살고 있고, 나이가 거의 같은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기르고 있어요. 레오와 제희가 6개월 때 생일이 똑 같은 인연으로 먼저 만나기 시작했고, 리나 님과 제리도 같은 공통점으로 함께 편하게 가족처럼 지내고 있답니다.
Q. 아이들과 동반해서 만나면 주로 뭘 하나요?
성희 : 저희는 평일에 애견 운동장 오픈런을 자주해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가 워낙 달리기를 좋아해서요. 아무도 없을 때 우리만 마음껏 달릴 수 있어서 좋아요.
지연 : 동네에서 가까운 김포나 파주에 운동장들이 많아요.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만나는 것 같아요.
Q. 레오, 제희, 제리는 거의 형제나 마찬가지네요.
지연 : 맞아요. 나이도 거의 비슷하고요. 레오가 얼마 전 골절 사고가 있어서 오늘이 두 달만에 처음 밖에 나오는 건데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반갑다고 난리였어요.ㅎㅎ
Q. 아이들은 어떻게 입양하게 되었나요?
리나 :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데려오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남지 친구가 책임 분양하는 곳이 있다는 거에요. 탈모도 있고 그래서 4개월이 넘도록 가족을 만나지 못한 아이라고. 보자마자 ‘내 강아지다’ 싶었어요. 진짜 볼품없었는데도 그냥 끌리더라고요.
성희 : 개를 길러본 적이 없는 남편이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입양하고 싶다는 거에요. 그렇게 준비를 시작해 가정견을 위탁 분양하는 곳에서 입양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클 줄은 몰랐죠. 견종 표준이 3~4kg인데, 제희는 지금 8kg이거든요.ㅎㅎ
지연 : 저는 남편과 연트럴파크에서 데이트를 많이 했는데, 거기에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두 마리를 자주 데려오시는 분이 계셨어요. 견주와 개 모두 너무 젠틀하고 멋진 거에요. 그래서 나중에 꼭 저 아이를 기르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덜컥 입양을 하자는 거에요. 만류했지만, 결국 데려왔죠.
Q. 셋 다 아직 두 살이 안 됐으면 돌보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리나 : 처음 제리를 입양하고 6개월 동안은 개인생활이 전혀 없었어요. 완전 집순이가 돼서 제리만 돌봤어요. 데려온 지 4일째 되던 날 새벽에 엄청 울었어요. 너무 힘들어서.ㅎㅎ 지금은 많이 얌전해졌어요.
성희 : 대체적으로 얌전한데 성격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Q. 그럼 아이들 성격은 어떤가요? 제리부터 얘개해볼게요.
리나 : 제리는 집에서는 활발하고, 밖에서는 약간 똘아이(?) 같은 아이에요.ㅎㅎ
지연 : 제가 봤을 때 제리는 엄마한테만 까칠하고 다른 사람들에겐 엄청 애교가 많아요. 대중교통 이용할 때도 제일 예의바르고 얌전해요. 그런데 막상 엄마가 없으면 엄청 찾는 츤데레죠.
Q. 제희는 어떤가요?
성희 : 성격이 동그라미에요. 사람은 좀 낯을 가리지만, 개들은 다 좋아해요. 그리고 뛰는 걸 좋아하는데 산책을 싫어해요. 어릴 때부터 차를 타 버릇해서 차를 타지 않으면 걷지를 않으려고 하거든요.ㅎㅎ 무조건 먼저 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움직여요. 그래서 집 주변을 산책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ㅠㅠ
지연 : 사람으로 치면 제희는 제일 성격 좋은 개에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죠. 분리불안도 없고. 차를 유독 좋아할 뿐 모든 게 원만해요.
Q. 그럼 레오는요?
지연 : 레오는 다른 개들을 싫어해요. 제리와 제희만 좋아하죠. 겁이 많아서 다른 개들이 있으면 뛰지도 못해요. 구석에 숨어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운동장 오픈런을 하는 거에요.ㅎㅎ
리나 : 레오는 공감능력이 뛰어나요.
성희 : 다른 개들이 아프거나 다치면, 그 부위를 냄새 맡고 핥아 주고 그래요. 산책을 가도 늘 돌아보면서 친구들을 챙기고요. 혹시라도 친구가 혼나면 와서 혼내지 말라고 난리치죠.
Q. 세 분을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에 빠지게 만든 매력은 무엇인가요?
동시에 : 일단 비주얼!!! 그리고 깨끗해요. 냄새가 잘 안 나고, 헛짖음도 거의 없어요.
리나 : 지능 순위가 낮다고 들어서 멍청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똑똑해요. 뭐든 빨리 습득하는 편이에요. 명령어 하나를 두세 번 하면 알아듣거든요. 배변 훈련도 엄청 쉽게 했어요.
지연 : 뭔가 시크하고 도도할 것 같은데 애교도 많고, 은근 댕청미도 있어요.
Q. 단점도 있을 텐데요.
리나 : 탈모? 제리는 탈모가 와서 머리에 털이 없어요ㅠㅠ 지금 나고 있는 중인데, 대머리에요. 그리고 뼈가 얇으니까 다리나 꼬리에 골절이 많아요. 신나서 세차게 꼬리를 흔들다가 어디 부딪히면 부러지는 거에요.
지연 : 활동량이 많아서 보호자가 힘들어요. 레오는 하루에 1~2시간 씩 두 번 산책을 했어요. 그렇게 운동을 하지 않으면, 풀릴 때 까지 집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뛰어 다녀요.
성희 : 산책을 다녀오고서도 돌기도 해요.
Q.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입양하려고 준비 중인 분들에게 조언한다면요.
지연 : 일단 엄청난 운동량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해요. 진짜 책임지고 같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분들만 입양해야 해요.
리나 : 겉모습만 보고 입양을 생각 중이라면 그냥 인형을 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성희 : 애들은 다리나 꼬리가 많이 부러진다고 했잖아요. 골절은 치료비가 많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 유기하는 분들이 많데요. 경제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입양해야 합니다.
Q.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는 화려한 용품으로도 유명하잖아요.
동시에 : 네~ 옷값도 장난 아니에요. 추운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도 피부가 약해서 옷을 입어야 하거든요. 사람이랑 다를 게 없어요.
Q. 이 아이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를 꼽는다면요.
동시에 : ‘도그기어’ ‘본구프’ ‘벰벰’ 같은 브랜드가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전용 브랜드에요. 우비는 ‘후르타’도 좋더라고요.
Q.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함께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리나 : 제리와 해외여행 가보고 싶어요. 특히 바다에 가서 수영이나 서핑을 꼭 해보고 싶어요.
성희 : 저는 소박하게 제희와 산책을 하고 싶어요. 동네 애견 동반 카페를 걸어서 가보는 게 소원이에요.ㅎㅎ
지연 : 진짜 드넓은 광야에 레오를 그냥 풀어주고 걱정 없이 마음껏 뛰게 해주고 싶어요. 저는 잃어버릴 까봐 풀어보지 못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