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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배 귀찮고, 3억배 행복해졌어요”
[PEOPLE] 하쿠마러브 수발러 유정원 님을 만나다
by Eugene2022.08.13
우리는 바람직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가?
혹은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가?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 좋은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바람직한 일, 해야만 하는 일, 좋은 일을 하라고 가르치고 권한다.
하지만 정작 세상은 바라는 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건강해진다. 이런 일을 할 때 개인도 행복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쿠, 쿠마, 러브… 만만치 않은 털뭉치 세 녀석의 수발을 들면서 반려동물 브랜드 ‘누누숨(NOONOOSOOM)’의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해 세상에 소개하는 일까지 하고 있는 유정원 님은 건강한 세상 만들기에 일조하는 1인이 분명해 보였다.
극한 직업을 더블로 뛰면서 이토록 해맑은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Q. 정원 님 가족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저는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누누숨을 하고 있는 유정원 입니다. (사진 왼쪽부터 차례로)6살 시바견 ‘하쿠’와 3살 ‘쿠마’, 5살 ‘러브’와 함께 살고 있어요.
Q. 원래 패션 관련 일을 오랫동안 했다고 들었어요.
네~ 미국에서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에서 일을 시작했고, 2005년 귀국해서 ‘바나나리퍼블릭’ ‘발망’ ‘꼼데가르송’ ‘N21’ ‘이자벨마랑’ ‘MSGM’ 같은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소싱하는 바잉MD를 20년간 했어요
Q. 그런데 갑자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에서 일할 때였는데, 32살에 덜컥 유방암 진단을 받았어요.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병가도 안 쓰고 열심히 일했어요. 완치될 거라고 믿었고, 완치될 거였으니까요.
Q. 그럼 지금은 완치가 된 건가요?
완치했어요. 그런데 30대를 항암 치료하면서 보내고 나니 마흔이 되어 있더라고요. 저는 치료가 끝나면 아프기 전 제 모습으로 돌아갈 줄 알았어요. 그 동안 세월이 지났잖아요. 지금의 내 모습을 ‘나’라고 인정하기까지 힘들었어요. 그리고 완치 후에도 수술을 하지 않은 반대 가슴이 아픈 거에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처럼요. 그때 혼자 사는 제게 주변에서 개나 고양이를 입양하라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렇게 하쿠가 가족이 되었는데, 생각 외로 큰 위로와 치유를 받았어요.
Q. 하쿠 덕분에 반려생활에 눈 뜨게 된 셈이네요.ㅎㅎ
사실 동물을 이렇게 좋아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회사 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주말엔 지쳐서 내내 잠만 잘 정도로요. 하쿠가 오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산책을 하고, 교감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텐션도 많이 회복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한테 개를 키우라고 추천합니다. 세 배 귀찮고 삼억 배 행복해진다고 매일 말하고 다녀요.
Q. 그럼 쿠마도 회사 재직 중에 입양한 건가요?
네. 하쿠 덕분에 동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애린원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되기 전이었는데 쿠마는 거기서 태어난 5남매 중 막내였어요. 그 중에 요 녀석만 입양을 못 가더라고요. 그때는 회사를 그만둘 계획도 없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애라 모르겠다 저지르고 수습하자 맘먹고 입양했습니다.
Q. 혼자 두 마리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바잉MD라는 직업이 외국 출장이 잦다보니, 아이들을 호텔에 자주 맞기는 게 힘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내가 10년을 회사에 더 다니면 어떻게 될까. 승진도 하고 월급도 오르겠지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겠다 싶었어요. 더 늦기 전에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반려동물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였어요.
Q. 직장인과 사업가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처음엔 어려웠을 것 같아요.
맞아요. 엄두가 안 났어요. 기획과 생산은 제가 하겠는데 마케팅은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인플루언서였던 철수(&영이) 누나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부탁했죠.ㅎㅎ 둘의 니즈가 맞아서 2020년에 누누숨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제 만 2년 됐네요.
Q. 누누숨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었어요.
아직 시작하는 단계지만, 생각 외로 소프트 랜딩은 한 것 같아요. 저희는 저희가 갖고 싶은 걸 만들었어요. 저도 갖고 싶지 않으면 고객들도 안 산다는 게 바이어를 할 때부터 제 오랜 지론이었거든요. 그래서 더 애착도 가고, 저희 애들한테도 더 많이 사용하는 거 같아요.
Q. 누누숨은 반려인을 위한 아이템도 눈에 띕니다.
저희도 놀라고 있어요.ㅎㅎ 사람 제품만 구매하는 고객들도 많이 늘었어요. 작년 여름에 히트친 플리츠 바지는 시원하고 빨리 말라서 인기였는데 올해는 깔별로 구매하는 분들도 많으세요. 성인복을 엄청 늘릴 계획은 없지만, 반려인이 산책할 때 입을 수 있는 원마일웨어와 용품 등으로 꾸준히 확장하려고 합니다.
Q. 아!! 러브를 빼먹었네요. 러브는 어떻게 가족이 되었나요?
러브는 작년에 우프바이베럴즈 이교영 대표님과 배우 윤승아 님이 구조한 아이에요. 러브는 새끼를 여덟마리나 출산했고, 그 중 다섯마리는 잃었어요. 애기들은 바로 입양이 됐는데, 러브는 피부염도 심하고 겁도 많아서 홀로 남아 있었죠. 처음엔 임보로 데려 왔는데, 쿠마랑 너무 잘 지내는 거에요. 하쿠는 고맙게도 모르는 척해주고요.ㅎㅎ 결국 저희 집에 눌러 앉게 됐습니다. 임보로 시작해 임종까지 지켜주는 걸로!!
Q. 매년 기부 프로젝트도 개인적으로 진행한다고 들었어요.
쿠마 덕분에 러브가 잘 적응하고 밝아지는걸 보면서 ‘We are all sparkling(우리는 모두 반짝거려요)’ 기부 프로젝트를 사비를 털어 시작하게 됐어요. 어떤 아이라도 내 가족이 되면 세상에서 제일 반짝 거리는 존재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작년에는 쿠마의 친구들을 일러스트로 맨투맨을 제작했고, 올해는 러브와 함께 구조된 아이들을 모델로 티셔츠와 에코백을 만들었어요. 수익금 전액은 유행사, 경북상주유기동물 보호소, 군산개린이쉼터, 제주도 혼디도랑 등에 후원했고요. 혼자 하다보니 힘은 들지만, 작은 바람으론 이 프로젝트를 매년 하고 싶어요.
Q. 이전 직장 생활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회사 다닐 때처럼 따박따박 월급이 들오지는 않지만, 제 거라서 그런지 몰라도 훨씬 즐겁고 재밌어요. 시간을 콘트롤해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무엇보다 제품을 만들어서 제가 입고, 애기들 입히고, 지인들이 입는 걸 보는 게 정말 행복해요.ㅎㅎ
後 Talk.
인터뷰 내내 각자의 세계 속에서 유영하고 있는 자유로운 세 영혼, 하쿠마러브를 돌보느라 진땀흘린 정원 님.
혹시라도 EBS 관계자가 이 인터뷰를 읽는다면 반드시 제보해주기를~ 진짜 ‘극한직업’이 여기 있다고!!ㅋ